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July 29, 2026
cover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조예은
안전가옥
2023-09-04
9791193024225

Review

재개발로 화려해진 가상의 도시 야무시를 배경으로, 3년 전 아파트에서 벌어진 독 든 떡 테러 사건이 이야기 전체의 축이다.
엄마를 잃고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던 화영 앞에 손도끼를 든 곰 인형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몸을 잃고 곰 인형에 영혼이 갇힌 소년과 소녀가 서로의 복수를 도와준다는 설정 자체는 꽤 매력적이었다.
읽는 내내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가 계속 떠올랐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쌓아가며 인물들을 서로 얽어매는 방식이 비슷하게 느껴져서다.
초반부는 확실히 좋았다.
화영과 도하, 각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야무시의 어두운 이면을 하나씩 드러내는 전개가 몰입감 있었다.
문제는 결말로 갈수록였다.
시점을 바꿔가며 착실히 쌓아 올린 빌드업을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허무하게 무너뜨린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인물마다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조금씩 흘려줬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건의 진실은 반전 없이 한 번에 다 쏟아내 버렸다.
이 진실도 인물의 시점을 바꿔가며 조금씩 풀어냈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후반부 전투 장면 비중이 꽤 컸는데, 이 작품에서 전투 장면이 그렇게까지 중요했나 하는 의문도 계속 들었다.
심령물이라는 설정을 감안해도 갈등과 사건 해결의 상당 부분을 결국 심령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라 긴장감이 확 떨어졌다.
어렵게 쌓아온 인물들의 갈등이 초자연적인 힘으로 한 번에 정리되니 무책임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은 찝찝함도 남았다.
다른 사람들 리뷰를 찾아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꽤 있었다.
결말부 전개와 후반 로맨스 라인이 다소 급하게 붙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나도 딱 그 지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화영과 도하 사이에 쌓인 서사를 생각하면 감정선 자체는 이해가 가는데, 그게 멜로로 풀리는 방식이 좀 어설프게 느껴졌다.
갑자기 훅 들어온 로맨스라 오히려 두 사람이 그동안 쌓아온 관계의 무게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작 부분은 확실히 좋았다.
야무시라는 공간, 인물들의 상처, 곰 인형이라는 소재까지 초반 설정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풀어내는 방식과 이를 해결하며 마무리하는 부분, 그리고 그로 이어진 어설픈 멜로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별점을 후하게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Jooojub
System S/W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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